집단지성으로 가능했던 상어 식별작업

9월 첫 주 그린피스는 태평양 공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인 대만 연승선을 적발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지역과 참치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는 문제의 어선(Shuen De Ching 888호)에서 확보한 방대한 증거자료를 검토하느라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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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으로 가능했던 상어 식별작업

9월 첫 주 그린피스는 태평양 공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인 대만 연승선을 적발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당 지역과 참치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대만사무소 활동가들이 대만 관계당국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자, 대만 당국은 그린피스 관계자와 대화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습니다. 나우루 정부는 자국 수역에서의 전재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했고, 9월 마지막 주 열릴 태평양 참치회의에서도 이번 대만어선 사건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태평양 참치회의는 태평양 도서국 및 주요 수산업 관계자들이 모여 수산업 관련 규정과 이행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현재(글이 작성된 시점인 9월 하순)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는 문제의 어선(Shuen De Ching 888호)에서 확보한 방대한 증거자료를 검토하느라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탐사팀이 승선했던 시점에 Shuen De Ching 888호는 관련수역 내 조업 승인 선박 자료인 지역 어선기록(Record of Fishing Vessels)에는 포함되지 않은 선박이었고, 이런 문제에 더해 법을 어긴 정황들이 상당수 포착되었습니다. 특히, 그린피스 탐사팀은 해당 어선의 선박일지에 기록된 어획량과 실제 어획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선장은 어획물 일부를 다른 선박으로 전재한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냉동고 선반에서 최소 상어 42마리에 달하는 상어지느러미가 담긴 자루 3개가 발견되었습니다.

문제는 조업일지에는 청새리상어(Blue shark) 세 마리만 기록되어 있었고 냉동고에 보관된 상어는 9마리 밖에 되지 않아, 그 지느러미가 원래 어떤 종류의 상어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데 있었습니다. 자연탐사 전문 사진가인 폴 힐튼(Paul Hilton)이 촬영한 상어지느러미 사진을 SNS에 올리고, 전문가들에게 상어 종 식별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상어 형태전문가인 데브라 아베크롬비(Debra Abercrombie)와 린제이 마샬(Lindsay Marshall)이 가슴지느러미 두 개와 상당수의 꼬리지느러미가 미흑점상어의 것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미흑점상어는 최근 연승어선에 어획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 들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망어선에서 사용되는 집어장치(FADs)에도 취약한 편입니다. 
 

Two silky shark Carcharhinus falciformis pectoral fins (on the left) and two blue shark Prionace glauca pectoral fins (on the right) from aboard the Shuen De Ching No. 888, identified by shark morphology experts Debra Abercrombie and Lindsay Marshall
Shuen De Ching 888호에서 발견한 상어지느러미 중 상어 형태전문가 데브라 아베크롬비(Debra Abercrombie)와 린제이 마샬(Lindsay Marshall)이 확인해 준 미흑점상어(Carcharhinus falciformis) 지느러미 2점(왼쪽)과 청새리상어(Prionace glauca) 지느러미 2점(오른쪽). 

 

개체수 급감으로 인해 미흑점상어는 태평양참치위원회 (WCPFC)의 특별보호대상으로 보호를 받고 있으며 규정에 따라 낚시줄이나 그물에 이 상어가 걸리면 무조건 풀어줘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장완흉상어(Oceanic whitetip) 역시 이 규정이 적용됩니다.  

호주 쿡대학교의 콜린 심펜도퍼 교수(Colin Simpfendorfer, 호주 쿡대학교)도 도움을 주셨습니다. 콜린 교수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ISharkFin”이라는 신규 앱을 활용해 등지느러미가 멸종위기종인 홍살귀상어(scalloped hammerhead)의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 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상어전문가인 가브리엘 비아나(Gabriel Vianna)가 청상아리 꼬리 하나를 확인해 주었습니다. 가브리엘은 잠수사겸 상어전문가로 2009년 그린피스 태평양 탐사에 참여한적이 있습니다.  

 

Analysis of dorsal fins from aboard the Shuen De Ching No. 888 using the United Nations FAO ISharkFin app. The larger dorsal fin was identified by Professor Colin Simpfendorfer as a scalloped hammerhead, Sphyrna lewini. The species is endangered, and its trade is regulated under the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FAO의 ISharkFin 앱을 이용해 Shuen De Ching 888호에서 직접 등지느러미의 출처 검사. 큰 쪽은 콜린 심펜도퍼 교수를 통해 홍살귀상어(Sphyrna lewini)의 것으로 확인됨. 홍살귀상어는 멸종 위기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에 따라 그 거래가 금지되어 있음.

 

왜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이 지역 수산강국의 반발이 강해 상어지느러미 절취 행위에 대한 WCPFC 규제가 느슨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국제적인 모범사례 도입과 지느러미가 절단되지 않은 온전한 상태의 상어 하역을 의무화(태평양 도서국가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사항임)하는 대신, WCPFC는 상어지느러미가 선상에 보유중인 상어 총 무게의 5%를 넘는 경우만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어지느러미 절취는 계속될 수 밖에 없고 잘려진 지느러미는 따로 보관되기도 하고 때로는 해상에서 전재되곤 합니다. 그 결과, 지느러미만 남은 경우에는 원래 상어의 종 파악은 물론이고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전세계 상어전문가들의 도움으로 Shuen De Ching 888호가 불법으로 미흑점상어를 보유하고 있었고, 홍살귀상어와 청상아리를 어획하고도 그 사실을 일지에 기록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장은 상어 몸체를 없애버림으로써 그 증거를 은폐했고 조업일지에 청새리상어만을 기입해 상어종의 식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어선이 그 시각 그 장소에 없어서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았다면, 불법 어획한 상어지느러미와 함께 유유히 사라져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린피스 탐사팀이 이를 발견했고, 미흑점상어 보유 문제는 해당 선박의 위법사항에 추가되어 보고서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현재 대만 수산당국이 해당 선박에 대한 조사작업과 기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수산당국은 경비정이 Shuen De Ching 888호에 대한 조사작업을 수행해 상어지느러미 불법 절취와 불법 환적 증거를 확보했고, 이 선박을 본국(대만)까지 직접 호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대만 수산당국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비정 조사결과 확인된 것은 온전한 형태의 상어 5마리와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 각 1개, 뒷지느러미 104개로 그린피스 탐사팀이 9월 9일 확인한 지느러미 수와 큰 차이가 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확보한 증거와 확인한 상어종이 정말로 결정적인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우리는 Shuen De Ching 888호가 위치발신을 중단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선박위치의 “발신중단(black hole)”은 상어지느러미의 전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확보한 증거와 대만 수산당국의 경비정이 확인한 상어지느러미 수에 차이가 난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우리는 Shuen De Ching 888호를 그린피스 해적어선 블랙리스트에 추가했고, 이 내용을 이번주 WCPFC의 기술 및 준법감시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유엔의 상어 보존과 관리를 위한 국제행동계획에 맞춰 WCPFC의 상어관련 규정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즉, 어획한 상어는 모두 방생하거나 혹은  온전한 상태로 보관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의도적으로 상어를 낚기 위한 특정 어업방식을 전면 금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승어선의 경우 상어가 낚시줄을 끊고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와이어 목줄과 상어를 유인하기 위해 부표 아래에 설치하는 상어용 낚시줄(shark lines)을 사용하고 있으며 선망어선의 경우 상어뿐만 아니라 참치 등 다른 어종까지 유인하는 집어장치를 사용합니다. 이런 장치의 사용은 금지시켜야 합니다.  

또한, 어획된 상어에 대한 추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해상전재 역시 금지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어 거래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이들의 개체수가 안전한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미흑점상어와 악상어 등의 상어종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 추가해야 합니다. 

참치어업으로 인해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상어가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위에 거론된 조치들이 취해진다면 이유 없는 살생을 예방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상어전문가나 해양애호가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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