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어장치(FAD): 물고기를 유혹하는 몹쓸 기술

바다에 떠 있는 집어장치를 얼핏 본 일반인들은 배에서 떨어뜨린 드럼통 하나가 고요한 태평양 바다 수면 위를 홀로 떠다닌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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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장치(FAD): 물고기를 유혹하는 몹쓸 기술

바다에 떠 있는 집어장치를 얼핏 본 일반인들은 배에서 떨어뜨린 드럼통 하나가 고요한 태평양 바다 수면 위를 홀로 떠다닌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항해를 하다 보면 계속해서 배 옆을 스쳐 지나가는 특이한 물건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작은 칵테일용 우산 장식이나 폴리스티렌 컵처럼 바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입니다. 육지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까지 이런 물건들이 떠다니다니, 참으로 인간은 세상 어디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물체들은 수 많은 해양쓰레기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린피스 탐사팀은 지난 한 주 동안 매일 두 시간씩 교대로 바다를 관찰하면서 소위 ‘드럼통’처럼 보이는 집어장치를 찾아봤습니다.

3주 전, 미국령 사모아의 항구도시 파고파고(Pago Pago)에서 탐사팀과 합류한 이후 저는 우리가 먹는 참치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했습니다. 시작은 순조로웠습니다.

집어장치(FAD)가 해양 생태계 전반에 걸쳐 모든 해양 생물을 유인하는데 사용 되는 장치라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발견하기 전까지는 FAD의 생김새와 물고기를 유인하는 방식에 대해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물고기를 유인하는 자석

‘집어장치’는 물고기를 유인하는 장치로 영어로는 FAD 혹은 FADs(Fish Aggregating Device)로 표기합니다. 기본적으로 큰 물체를 바다 위에 띄워놓고 물고기를 불러모으는 ‘횃불’처럼 사용하는데, 쓰러진 통나무에서 부터 사람이 직접 제작한 구조물까지 어떤 것이든 사용될 수 있습니다.

탐사대원 중 한명인 해양캠페이너 칼리 토마스가 설명하기를, 물고기는 본능적으로 부유하는 물체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망망대해의 수면 위쪽에는 큰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해양생물들이 작은 따개비와 홍합이 자라고 있는 새롭고 신기한 물체 쪽으로 모여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릅니다.

물고기들이 안전한 쉼터이자 먹을 거리를 제공해주는 이 물체 주변에 모여드는 건 아마 본능적인 행동일 겁니다. 먼저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들고, 그 뒤를 이어 큰 물고기와 상어들이 모여들다 보면 작은 규모의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한마디로, FADs는 물고기를 유인하는 자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수산기업들은 물고기의 본능에 FADs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Underwater FAD shot

 

수산 기업들의 참치 공략에 이용되는 집어장치

참치기업들은 맞춤형 FADs를 만들어 바다에 설치해 두면 어렵지 않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물고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군집을 이루는데, 그 위로 그물을 던지기만 하면 됩니다.

조업 회사들의 주요 어획대상은 참치이지만 함께 잡히는 치어, 상어와 바다거북 등 수 많은 해양생물들의 혼획 수치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부분을 차치하고 있습니다.

FADs는 바다에 버려지거나 설치된 곳에서 떨어져 나가 산호초에 걸리기도 하고, 바다거북 같은 해양동물의 몸에 올가미처럼 엉키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치명적인 해양 쓰레기가 됩니다. 인도양에서 활동하는 저의 동료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어선이 이용하는 FAD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참치의 이동 경로를 따라 해류를 타고 수면에 떠 다니도록 설치되는 FAD입니다. 이 유형의 FAD에는 무선신호기가 부착되어 있어서 어선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고정장치(anchor)가 있어서 무선신호기가 필요 없습니다. 이번 탐사에서 발견된 FAD의 경우 수심 4km까지 내려가는 긴 닻이 달려 있었습니다.

Looking up at a FAD

 

현장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다가가자 드럼통(FAD) 주변에 있던 물고기 때가 우리 배쪽을 향해 한 줄로 늘어섰습니다. 원래 있던 FAD보다 더 크고 빛이 나는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물고기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나봅니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영상촬영가 아담스 우드(Adams Wood)와 사진작가 폴 힐튼(Paul Hilton)이 잠수복과 스노클 장비를 갖추고 FAD로 헤엄쳐 갔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아담스도 FAD를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바다 속에서 물고기 서커스가 열리는 것 같았다”고 아담스는 표현했습니다. “FAD 주변에서 헤엄치는 새끼 상어도 몇 마리 보였습니다. 마치 해양보호구역을 축소해 놓은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FAD의 목적을 생각하니 씁쓸해 졌습니다. 주변에 있는 생물들이 모두 FAD에 속아서 그 곳으로 유인된 것이고 결국은 그물에 갇혀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진작가인 폴(Paul)은 어류 전문가입니다. 폴은 그 FAD 주변에서 쥐치, 미흑점상어, 참치방어(전갱어), 날치, 마히마히 등의 어류를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어종 종류에 대한 폴의 설명을 듣자 ‘텅빈바다(The End of the Line)’의 저자 찰스 클로버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FAD 사용과 관련해 그는 “참치통조림 안에는 가다랑어 외에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바다 생물이 함께 담겨있다”고 말했습니다.

Fish around a FAD

 

곤두박질 치는 참치 개체 수

선망어선은 축구장 60개만한 면적에 대관람차 3개 높이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그물을 설치합니다. 여기서 FAD는 목표 어획량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사실 1~2월, 7~9월까지 일년에 총 5개월 동안 FAD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어선들로선 사용금지기간 동안 굳이 FAD를 제거할 이유도 책임도 없습니다.

또한, FAD 사용금지 조치의 목적은 참치어족이 스스로 개체수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물고기를 유인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기회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금지기간 해제와 동시에 어선들은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어획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점은 이제 FAD가 이미 멸종위기에 처한 눈다랑어 치어까지 유인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해법은?

공정한 수산업을 이루고, 참치어종의 멸종을 막는 유일한 길은 선망어선의 FAD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온 바다를 누비며 매일같이 수천 톤의 참치를 어획해 바다를 텅텅 비게 만드는 대형 상업어선을 어떻게든 막아야합니다.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참치 멸종과 더불어 참치산업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선망어선의 수가 사상 최고치인 상황에서 이들 어선의 어획량 증대를 허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서, 소피(Sophie)드림